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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입은 하얀 천사들-46-영관장교가 되다/2006.11.28
<501>군복입은 하얀 천사들-46-영관장교가 되다

한복은 어깨가 좁은 여자에게 어울리는 옷이다.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한창 젊었을 때니까 좋게 보였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색상·디자인이 고상하고, 내 키와 몸매에도 잘 어울리는 옷 같아 즐겨 입었던 기억이 새롭다.

부관학교 교관 한 분이 내 한복 맵시를 자주 입에 담는다는 말이 돌았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부터 간호장교들끼리 외출 나가 영화관에 갈 때 가끔 그분이 뒷줄에 앉았던 것이 우연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그분은 그럴 때마다 우연을 가장해 우리들에게 차도 사 주고 자장면도 사 줬다. 동료들은 “조소령 덕분에 잘 얻어 먹는다”고 놀리곤 했다.싫지 않은 놀림은 없는 것보다 나은 법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동기생 이종화가 문제를 들고 왔다.“귀례야, 넌 좋겠어. 극장에서 만난 교관 선생님 있잖아? 그분이 몰래 불러서 갔더니 글쎄 너랑 자리 한 번 만들어 달라고 그러시드라.”나는 당황했다.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야, 야! 난 몰라.

못 들은 걸로 할 거야. 남 바빠 죽겠는데 무슨….”나는 있는대로 내숭을 떨었다. 싫지는 않았지만, 그렇게까지 발전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분이 머리 좋고 멋지고 친절한 분이기는 하지만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그분이 내게 딴 마음을 품은 것은 시험 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감독을 들어올 때면 주로 내 주변을 맴돌았다. 내가 풀지 못하고 공란으로 남겨둔 문제를 보면 그는 은근슬쩍 힌트를 주고 지나치곤 했다. 그렇게 덕을 보는 것은 싫지 않았지만 남녀 문제가 되는 것만은 원치 않았다.

그 시절 내 마음속은 온통 미국뿐이었다. 소령 진급과 동시에 나는 미국 유학 대상자로 내정돼 있었던 것이다. 미국 유학을 가려면 결혼 같은 것은 염두에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미국 유학을 갔다 오려면 1년이 걸릴 것이고, 그 뒤에는 적어도 2~3년은 복무할 의무가 주어진다. 결혼하고는 군 복무를 할 수 없었던 시대여서 미국과 결혼 둘 가운데 하나만 택해야 했다.나는 주저 없이 미국을 택했기에 큰 동요가 없었다. 어느 날 이종화가 조용히 할 말이 있다면서 꺼낸 말은, 그분과 만날 날을 잡으라는 것이었다.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미쳤니? 난 미국 가야 해.”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미국 유학과 결혼을 동시에 떠올리고 재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칼로 베듯 명료하게 선언했다. 친구는 다시 권유하지 않았다.훗날 이종화는 그분에게 물어 보았다고 했다. “조귀례 소령은 특별히 예쁘지도 않고, 성격도 무뚝뚝하기만 한 여잔데 어디가 좋아서 그러느냐”는 물음에, 그분은 “그 눈빛이 신비롭게 보여서”라고 했다던가.

그러면서 이종화는 나만 보면 놀려먹었다. “병신 같은 기집애, 그만한 남자를 싫다고 발길로 차더니 노처녀로 늙는 꼬라지 보기 좋다”고 입버릇처럼 떠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내 눈이나 네 눈이나 똑같은데 그 남자 눈에 콩깍지가 끼었나봐”하고 놀리기도 했다. 잘난 남자 만나 나보다 일찍 전역해 잘 사는 친구의 충정이리라.나는 지금도 후회한다. 훗날 그분이 높이 돼 그런 것이 아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기만 했던 젊은 날의 치기가 부끄럽기도 하다.

<조귀례 예비역 중령·정리= 문창재(언론인)> /국방일보

손경선 , 2006-11-28 , 조회 3315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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