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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입은 하얀 천사들-40-간호장교 왕언니 황영희/2006.11.14
<495>군복입은 하얀 천사들-40-간호장교 왕언니 황영희

까마득한 옛날 기억을 더듬어 용케도 고마운 분들, 훌륭한 분들 얘기를 남기게 된 건강과 기억력을 나는 고맙게 생각한다. 현역 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 했던 사람이 나이 80이 넘도록 살아남아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이렇게 운명 지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군진의료계의 태두였던 박동균·정희섭 같은 분들의 공로·인간애를 후세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거기에 또 추가할 인물이 있다. 나와 간호장교 동기생이었던 고 황영희 육군대령이다. 나는 그를 간호장교계의 ‘왕언니’라고 이름 짓고 싶다.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너무 일을 많이 한 탓으로 몹쓸 병을 얻어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공적은 한국 간호장교사에 영원히 기념돼야 한다.

무신경한 탓으로 그의 출신지와 출신학교는 잘 모른다. 다만 이북 출신이라는 것만이 기억에 확실하다. 간호장교 후보생 교육 시절에는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그저 속이 깊은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였다.그 뒤 접촉이 거듭될수록 이지적이고 사려 깊고 남을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용모도 대단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범접하기 어려운 품격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였다.

임관 후 서로 근무지가 달라 한동안 함께 근무할 기회가 없었다. 세월이 흘러 우리들 어깨에 국화꽃 무늬 계급장이 달린 뒤부터 업무상 밀접한 관련을 갖게 돼 자주 대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를 존경하게 됐다. 친구로서 동료로서 거침없이 존경한다는 말을 하고 싶을 만큼 그는 훌륭한 인격자였다.나는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간호장교 병과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사실 한 가지만 봐도 군대 사회에서 그의 신망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것은 유일무이한 일이었다. 그만큼 그는 상하 모두에게서 신임받은 인물이다.

그가 육군본부 간호과장이고 내가 1, 2군사령부 간호과장으로 있을 때 많은 접촉이 있었다. 육군본부는 기획업무 중심이고 그것을 시행하는 것은 산하 군사령부 몫이었기 때문에 업무상 자주 만나게 됐다. 주로 간호장교 수요 공급과 재교육 같은 일들이었다.스스로 제일 잘 난 줄 알았던 나는 고집이 세고 자존심도 있었다. 남의 말이 옳다고 여겨져도 잘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가 열심히 기획 아이디어와 업무계획을 설명해도 나는 시큰둥해하거나 알면서도 딴전을 피웠다.

여름에는 유명하게 덥고 겨울에는 추운 2군사령부 퀀셋 생활에 짜증이 나서 그랬을 것이다. 잘 나가는 동기생에 대한 시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는 2군사령부 간호과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발탁된 보직인데 그러면 어쩌느냐고 달랬다.“미안해, 내 얘기만 해서. 그렇지만 이건 꼭 해야 하는 일이니 잘 들어 봐.”

그는 몇 번이고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 기분이 상했을 법 한데도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해 놓고 자기가 하려는 일을 관철시키고 마는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었다. 상대가 이의를 제기하면 턱없는 말이라도 끝까지 들어 주고 나서 왜 그것이 그른가를 차분하게 설득하는 끈기도 있었다.물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 내 마음을 움직인 것도 그런 겸양이었다. 필요할 때 한 번 그러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한결같았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마음을 주었다. 그를 존경하게 된 것은 바로 그 순간부터였다.

<조귀례 예비역 중령·정리= 문창재(언론인)> /국방일보

손경선 , 2006-11-15 , 조회 2884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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