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뮈스테르/06.7.29-최영애
앵가딘 계곡 238.jpg [06.09.21 14:56 / 410.8 KB / 119 hit]
근래에 발견되어 부쩍 유명해진, 성 요한 베네딕트회, 9세기 초의 장대한 프레스코화로  뮈스테르 수도원 성당  안에서 바라 본 벽화다.
성서 이야기와  그리스도의  생애가  그려져 있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이다.  일부는  취리히의 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하나, 이렇게  성당 제대 뒤의  원래 모습으로  보게 되니   더욱  감동스럽다.
 
8세기, 프랑코 왕족의 카알 대제의 명에 의해 수도원 쇄신의 목적으로 세워진 수도원이라 하는데, 뮈슈테르란 로만시어로 '수도원'이라는 뜻이다.
수도원은 좁은 도로 바로 옆에 있고, 가던 길을 내쳐 1킬로만 달리면  이탈리아 국경이 되는 마을인  산타 마리아의   뮈스테르 수도원은,  티롤 산악지대 남쪽 끝이며, 스위스 동쪽 끝 마을 중의 하나이다.

전날 묵은 앵가딘 계곡의 조그만 마을, 사메딘에서  출발하여  한 시간 정도 달려, 해발 2000미터가  넘는 푸오름 고개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노라면 마주하게 되는 마을이니 만큼, 자연, 주위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오지인 이곳은, 지금도 그저 이 수도원 하나 댕그라니 있는 것을 보면, 그 옛날의  세속과 인연을 끊고 오로지  수도생활에만 전념했었을 그들을 상상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성당과 연결되어 있는 수도원의 방을 이용한  박물관을 돌아보니, 여자 수도원이었던 모양인지  소박하기 짝이 없는 수녀들의  침실을 엿볼 수 있다.
크지 않은 나무 침대와 머리맡의  십자가 하나, 입구 쪽의 성수 종지 하나.
틈틈이 바느질을 하셨나, 조그만  반짓고리가 세월의 때가 묻어  품위마저 느껴진다.
기념품 가게에도 그저 수녀들만 보일 뿐이다.
 
시내랄 것도 없는  산타 마리아 다운타운을  잠깐 새에 지나쳐 수도원에 다다르니, 수도원 맞은 편의 누런 황토로 아담하게 지어진  호텔의  2층 발코니에서  산중의 느긋한 여름 햇살을 즐기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  관광객들의 우리를 보는 눈빛이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국경지대라 그러한지  어째 모두 이태리 사람의 얼굴들을 하고 있다.
이마에 그렇게 써 붙였을까마는 누구라도 스위스인과 이태리인은 쉽게 구별할 것이다.
이태리의 강렬한 햇볕에 그을은 불그레한 얼굴과 그 얼굴의 모든 근육을 가동시켜 미소 짓는 커다란 쌍가풀  눈빛이 그러하고, 여유있게 퍼져 앉아있는 모양새가 또한 그러하기도 하다.
아마도  하루 내내 저러고 있었을 것이다, 지나가는 행인들을 구경하면서.
 
수도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가 지나온 돌길을 고개  돌려 되돌아보니, 시내를 관통하는 단 한 개의  대로(?)이건만, 겨우 차 한 대를 허용하는 편도 차선의 좁은 도로이다.
그것도 짧은 도심지를 벗어나니, 길은 굽어서  주택가  뒷골목의  세월을 보는 듯하다.
여행에서 느끼는 이 기분, 어느 이름 모를 행성에 와 있는 듯한 이 느낌!
그래서 나는 여행 중에 자주 뒤를 돌아다보곤 한다.
 
바로 그때, '타타타' 요란한 오토바이 소리를 내며 좁은 자갈길을 따라 달려오는 몇 대의 오토바이가 있고 그 뒤에 연이은 자동차 부대가 줄을 잇는다.
 라이터를  번쩍이고, 경적을 울려대며 조용한 산골마을을 뒤 흔들어 놓는다.
오토바이  부대 뒤의    꽃으로 장식한 신랑 신부가 탄 자동차를 선두로 결혼식 뒷풀이를 하나보다. 그 행렬이 한 없이 이어진다.
흥미로운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에게 자동차 안에서 누군가 사탕을 던져준다.
흥겨운 기분에 그들과 하나되어 바닥에 떨어진 사탕을 주워보니, 딱 우리 숫자에 맞춘 4개다. 사탕의 달콤함 처럼 우리 기분도 달콤해 진다.
수도원 구경을 마치고 나와 길을 걷노라니 아까의 그 일당(?)들이 다시금 경적을 울리며 왔던 길을 되돌아 오고 있다. 잠시 잠깐 새에 이태리 가서 축하 받고 왔나 보다.
 
스위스  서쪽 끝인 제네바에서  이곳 동쪽 끝인  산타 마리아까지 와서 본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도 좋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오히려  도로 위를  질주하던   짧은 결혼식  퍼포먼스이다.
 무지개를  꿈꾸며  장거리  출발선에  선  남녀 한쌍에게  보내는  축하의  메세지, 길 건너  2층 테라스에서의   그들의  웃음이 그러하고,   우리와 다른 이색 문화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우리들의  소리없이 한 말, 잘 살아다오,  아들  딸들아!
 
손경선 , 2006-09-21 , 조회 3099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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