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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스 마리아/06.7.28-최영애
wretet.JPG [06.09.21 14:52 / 25.9 KB / 106 hit]
바로  얼마전에, 오랜 망설임 끝에 산   커피 머신에서 한 잔의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손에 들고  컴 앞에  앉으니,  실스 마리아의  비에  촉촉히  젖어가던  깊은  침엽수림과   그 속에서  걸어나오던  두  남녀가  생각난다.
말로야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강을 따라  자리한  실스 마리아다.
번화한  동네의  한 귀퉁이 같던   마을의    막다른  곳은   플라첼라스 봉으로 연결되는  등산로로  마을은  그렇게   너무나  간단하게  끝이 난다.
 
막 그곳에 도착했을때는,    앵가딘  계곡에  끼기  시작한  구름으로  초저녁도  안 되는  5시였음에도,  다 저녁이  된듯,   어스름으로  몰고 있던 시각이다.
때를 놓치지 아니하고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는  빗줄기는    알프스의  고개들을  넘어온    피곤한 여정에  종지부를 찍을 양으로  마음을 바쁘게 한다.
강을  가로 질로  마을에 들어서니,  길이라고는  그저  마을을 관통하는  왕복  2차선 하나 뿐이다.
아주  잠깐을  그길을 따라   가니    이내  마을 끝이  나오고 , 왼쪽으로는  양 옆의  수풀 사이의  하얀  산책길이  보이고,  그  뒤로  침엽수림이  우람하다.
  그  속에서    걸어나오는   서둘지  않는  걸음걸이의    태연한    두 남녀가    피안의  세계에서  막  세속의  삶으로  걸어나오는 듯이  일순 느껴진다.  우산도  없이  비옷만으로도  충분한  저들은  어쩌면  비가  친구같은지도  몰라.
자욱한  안개와  소리없이 내리는  여름비는  그들의  뒤로  둘러쳐진  산의  모습과  함께  박재되어  그대로  마을을 둘러싼  병풍이 되어버리고 만다.
 
니체가  8년을  머물며  바로  이곳에서   불후의  명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완성했다고 하는  마을다운  끝간 곳이다.
그의  기념관은 , 그러나  우리는 볼 수 없었다. 시간도  역시 끝났으므로.
 
오른쪽의  주택가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 사이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에 시선을  돌려보니  시장이  열려있다.
언제나 ,  여행중의   낯선  시골마을의   장터는  나를  들뜨게 한다.
이  마을엔  또  어떤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비록  여름이라하나 , 알프스 안에서의  여름 비는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
포장 마차 안의  각종  소세지  바베큐의  짙은  연기랑  매케한  고기 내음이  느낌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녹는다.
친구는    잘 구어진  소세지를 보자   뒤에 오는  자기 남편 생각을  먼저한다.
커다란  둥근  치즈에서  낫같이  생긴  날카로운  도구로  종잇장 처럼  얇게  썬  치즈를  시식을 하고선, 저녁에  먹을  포도주를 생각하고  그중의  향이  약한 것으로  100그램 산다.
 
완전  한국 토종의  입맛을 가진  남편은   내외국을  막론하고에   빵으로는  한끼도   때우는  법이 없는데  치즈는  퍽 좋아한다.  심하게  꾸리한 것 마저도.
처음엔  이상타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젓갈등을  좋아하는 식성이다보니  같은  발효 음식이라  익숙한 가 보다 생각되어진다.
반면에  나는  예나 지금이나     식탁에  김치  놓는 것 조차  까먹곤 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치즈도  약한  향을 가진   두부같이  물속에  담겨있는  밋밋한  모짜렐라로  주로  샐러드를 해 먹는  정도인데  남편은  그것이 젤로 맛이 없단다.  그렇지만,  칼 자루는  내가  쥐고 있는걸.
 
알프스  고개를  넘어  실스 마리아로  들어서던  언덕에서의  광경을  잊지 못한다.
생 모리츠에서  실스 마리아로  이어지는  비취빛처럼  푸르고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 위로  마치  나비가  날아 다니듯  너울대던  빨갛고  파랗고  노랗던  그  선명한  색상들.
햇살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던,  길게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물위에  보트 뒤에서   수상스키를  타는 모양인데,   바람을  듬뿍  품은  낙하산 같은 것을  몸에  매단것이  거대한  나비의  모양으로  보인것이다.  
대회가  열린 듯,  수 많은  너울들이   물위를  넘실대는  모습은  화려하고도  정갈한  아름다움이었다, 계곡의  공기는 그렇게 투명했다.
 
남편이   서울  출장을  간  어제 저녁에  동네에  산책을 나섰다.
문득,  거대한  공룡이  누워있는 듯한  밋밋하고도  긴  쥐라산의  저물어 가는  능선이 보고 싶었다.
해가  진 뒤의  그  마지막  빛까지  남김없이 잠식해 가는  그 모습을  하루 중에 가장 좋아한다.
검은 색으로  점차  선명해져 가는  능선을  바라보며,  아무도  없는  들녁의    다  베어버린 밀밭길 사이로  걸어 들어가며,   실스  마리아에서의  병풍을 뒤로 하고  양옆의  수풀  사이의  하얀  길을 따라  걸어 나오던     그날의   그들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손경선 , 2006-09-21 , 조회 2854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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