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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동쪽 끝, 엥가딘 계곡/06.7.28-최영애
앵가딘 계곡 034.jpg [06.09.21 14:47 / 390.4 KB / 106 hit]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다시 한번  가보리라 별르면서  온 곳이다.
왜냐면,  계곡  깊은 곳곳에   소박하게  자리한  몇몇 마을들이  아직도  뇌리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  옛날,  릴케나  헤르만  헷세, 쟝 콕또,  토마스 만, 니체 등등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피곤하고  지친  육신을   가만히  내려 놓을 수 있었다는   그런   마을들을  고스란히  남겨 놓았으므로.
 
엥가딘  계곡은  스위스  유일의  국립공원인  엥가딘  국립 공원이  자리한  곳인데,  얼핏  스위스의  알프스  전체가  국립 공원 투성일것 같지만, 실은  이 한곳 뿐이다.
스위스 산은    어찌보면  민둥산 같기도 한 것이  등산을 하여도  나무가  많은  우리나라의  산과  달라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지막  장면,  오스트리아 국경을  지나 이탈리아로 들어서는  알프스 산의  험난 하지만,  목초지의  산일 뿐이다.
내 짐작이긴 하지만, 아마도 그런 이유로  생태계의  각종  동물이나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울창한  숲을 갖고 있는  엥가딘 계곡이   국립 공원으로서의   유일한  자격을 갖춘 것이  아닐까  한다.
 
앵가딘은  스위스의  동쪽  끝에 위치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를  국경으로 하는  그라우뷘덴  칸톤으로,   스위스  서쪽 끝에 위치한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제네바에서는  완전  동서  횡단이 되는  코스이다.
스위스의  나라 전체  크기가  남한의  반 정도이니,  동서 횡단이라  해 봐야  뭐 별거냐 하겠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산악지대  70 %인  스위스  국토의  중앙을  관통해야 하므로  당연히  수 많은 고개를 넘어야 해서  시간은  열시간 정도 예상해야 한다.
지난 번, 성자네  부부랑  여행한  고개를  비껴서  가려하니  이번엔  인터라켄  위쪽  고개  코스를  택하기고 했다.
 
의당,  처음엔 고속도로로  남편은  힘껏  가속을 하여    어느정도  거리를  벌어 놓는다.
한  열시가량은  우리들의  아침  커피  시간이다.
멀뚱한   커피 마니아이긴  한  우리 부부지만,  여행의  유독  첫날에는  반드시 이 순례를  하는  것으로   여행의  시작과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남편은  밥으로  배를  채워야  집을  나서지만,  나는  이때  만날   갓구은  크로와상을  위해  내 배는  조금  비워둔다.  그렇다고  남편이  걸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  내  기쁨만 하랴.
 
우선  고속도로  휴게실에 들어가 보면,  커다란  슈퍼 마켓  꿉에서의    카페테리아가  슈퍼 보다도  더  크게  바로  옆에 자리잡아  고속도로에서의  많지 않은  차량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북적인다.
아침을  늦게 먹는 것인지,  카페테리아  입구에도  '맛있는 아침 식사를' 이라는  구호가  붙어있다.
노란  전열등에  인테리어도  노란  색으로 꾸미고,  거기에  선명한  색상의  갖가지  의자들이  명랑하다.  둥근  탁자도  있지만,  스텐드  바도  있어   에지간한  식당 같은  규모에  샐러드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진한  에스프레소  향기는  입구 부터  진동하고,  동서를  막론하고  음식을  앞에 놓은  사람들의  표정은  푸근하다.
 
루쩨른  까지의  2시간 여  고속 도로 운전을  끝내고,   앙징맞은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점차  고도를  높혀  해발  2000미터  고개에  이른다.
오베랄 고개에  이르니,    고개 한 가운데  도시의  분수대 처럼   크지 않은  호수가  다소곳하고 ,  마을은  저  아래  안락하게  자리잡아  보기에도  편안하다.
이름 모를  들꽃은  어김없이    피어있고,  빨간  산악 열차가  슬라이드 처럼  느리게  지나간다.
정상에서의  야외  휴게소에는   해바라기 하는 사람들로  꽉 차있고,  파라솔  아래  판매대에  에델바이스를  한 포기씩  화분에  담아  놓아  이채롭다.
온갖  스위스  관광상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에델바이스의   실물은  막상 이런  고산 지대에서나  볼 수 있다.
 
다시  한 차례, 로마 시대의  쥴리어스  시저  이름을  본따  지어진   쥴리아  고개를  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앵가딘  계곡에  들어서는  조짐이 보인다.
좁아진  모퉁이 길을  조심스레  운전해  가노라니,   암벽에  이정표를  대신하여  여러가지의  표시판을  페이팅해 놓은  것이 보인다.
스위스 산을  다니다  보면,  주로    바닥이나  길숲의   돌이나   나무를   이용해서  가는 방향을  아주  간단하게  금하나  그은  것으로  표시하는데 , 그 잦은 비에도  끄떡없다.
될수 있으면,  인간이  만든  물건보다  신이  만들어  놓은  물건들을   이용해서  있는 듯, 없는 듯  하고자  하는 것이  이들의  관점인가 보다. 좋은 생각에  박수.
 
방콕에서  같은  공무원으로  근무한 인연으로  친구가  된  승복네  부부랑  그곳  앵가딘  계곡의  가장  번듯한  도시, 생 모리츠에서  만나기로 했다. 
승복네는  사실  프랑스에  두번이나  산  경험이  있어서,  이미 두 차례의  스위스  여행을 했고,  소위말해  유명한  곳이나   도시는  일찌기  섭렵한  바,  이번엔  알프스의  잔잔함을  여행하고 싶다하여  택한 곳이  스위스  북동쪽 일대이다.
나 역시  이번 여름엔  동쪽을  여행지로  작정해 둔 터라   그들만의  나흘간의  북쪽   여행을  마친  후에  만나서   함께 동쪽을  여행 하자는 '따로,   함께'  여행을  짜게 된것이다.
 
앵가딘은  최근들어  스위스 인들의  가장  사랑 받는 지역으로  캠핑 조차도  예약없이는   불가능한 곳이다.
세계의  부호들이  겨울엔  스키타러  모여드는,  가장  완벽한  환경을  찾아  휴양하는  사람들로  인해  그곳은  스위스에서도  가장  물가가   높은,  또한  가장  잘 사는   스위스  동네이기도  하다.
승복네  역시,  한국에서의  호텔 예약이  쉽지 않아  겨우  컴맹을  면한  내가  그  일을 해야 했으니, 처음에는   난감하긴  했었다.
남편은  이번에도  자기  친구  아니라고  구경하듯, 한번씩  경과나   물어보고,  그래서  이번엔  자기 친구도  있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  걸작이다.    따라오는 것이라나.
 
결국   비싼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이미  예약이  끝난  곳이 많아서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하던  차에,  B&B가  눈에 띄어  게다가, 탁월한  가격과   농가에서의  경험도  여행이  되지 싶어서   비어만  있으면  예약했는데,  인터넷이  안되는 집이  태반이라  전화로 해야만 했다.
생 갈렌의  농가는  독어 외엔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아서  한참 기다린  후에   손님을 데려 왔는지    영어  본토 발음인 그는, 이번엔  내가  어디 사람인지  궁금해 한다.  한국 영어라면  다른  버젼으로 듣겠다는  말인지.
다음  번의  말랑스의  농가는   불어 외에는  불통인데,   모로가도    예약을 끝내고  나니  뿌듯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이,  예약이  가능하다고  말한 뒤에는   이름 적고 ( 그것도   영어  철자를  불러달라고  하지도  않고, 제대로  이름을  알아듣지도 못한 채  끝낸다 .   그들은  우리  한국 이름을  정말로  어려워한다. 미국보다도  더 ) 그리고는  끝이다.  예약금도,  전화 번호도  묻지 않는다.
도리어  내가  불안해서  가기 전날  확인을  해야 했으니까.
그러니,  구두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가 되어있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주로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스위스 사람들은  그래서  외국인이라면  완전  도둑으로  간주하는  습성이 있다고  이곳의  교포는  억울해한다
고스란히  자신들의  몫으로  돌아 온다고.
 
그들의  첫번  숙박지인  에베날프는  케이블 카를  타고나서도  한참 등산을 하여  당도한  170년 된,  절벽에  붙어있는  유스 호스텔이었다.
  만원 정도의  숙박료에  점수를  후하게  준다  할지라도  ,  우리 나이의  신사 숙녀분의 잠자리로는  좀  거시기 할 것이나,  포스터의  숙소 모양이  너무  맘에 들어,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예약해 버렸었다.
승복 엄마 말이, 그곳은  완전  산악  등산을  목표로  온  사람들로  붐볐었는데,  생김새도  그러려니와,  단순한  여행 목적으로  온  사람으로는  유일한  자신들이어서  동물원의  원숭이가  바로  자신들이었단다.
서울에서도  종로  한 가운데서  성장한,  자연과는  그닥  익숙지 않았으리라  충분히 짐작되는  승복네 부부가  나  덕분에, 아니면  나 때문에  평생 잊지 못할  아니면  하지못할  경험을  했을 거라는 데는  피차간에  이견이 없을 터이다.
 
그래도,  아침 식사가  빵인  그 부부는  시골 농가에서  직접 만든  우유와  치즈,  버터,  빵, 특히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닭장에서  꺼내와,  삶아 준  반숙 달걀은  너무  맛있었다며,  여행 내내  두개 먹겠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먹는 욕심이 정말 없는 친구인데  말이다.
비록  잠자리가  엽기에  가까울  정도로  만만치  않았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  신선한  아침 식사로  늘  행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어찌된 것이  지상을  올라와 보지  못한,  지하에서  주로  잤다니  말이다.
광고에  보면  짚으로  된  방도  있다고  씌여져있기도  하던데,
혹시,  외양간  옆 방에서  잤을지도..... 어디선가는  무척  무서웠다고도 했었지. 
손경선 , 2006-09-21 , 조회 3104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1 , 스크랩 0
트랙백:  수신불가

윤언자
Date 2011-01-16 19:36:03   IP *.98.*.213 +0 -0

최영애후배 보니 매우 반갑군요. 같이근무하던 원주병원? 시절 그립던 후배 봐서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