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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제네바 불꽃 공연-18기 최영애/2006.8.12
제네바의 건국 기념일 불꽃놀이 174.jpg [06.09.21 14:45 / 376.2 KB / 103 hit]
한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는  불꽃 공연을  보면서  근 180번이나  셔터를  눌렀음에도  겨우  들어난  사진은 이것이 고작이다.
환상의  순간은  찰라의  순간  뿐으로  셔터가  눌러지는 시간을  찰라는  기다릴 수가  없어,  이미  죽은 시간이  된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기  직전의  약 2, 3분간  계속된, 마치  화약 창고가  터지듯,  한없이  쏘아대어  그저  한가운데의  허연  또  다른  세계로의   그  순간의  셔터만이  살아남아  흔적을  남긴다.
  마지막  숨이 넘어가기   직전,  신이  우리에게   선사해  준다는  세상과의  작별의  순간과  같이.....
 
8월 1일은  스위스  건국기념일이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12일,  토요일의  레만 호수에서의  불꽃놀이는  이미  유럽에서는  장관으로  소문이  나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때를 맞춰 모여드는  날이다.
축제의  시작인  1일엔  각  컴뮨( 동네 )  별로  불꽃놀이를  한다.
그러나,  올해는   가물어서  화재 위험을  이유로  이것은  금지 시켰다.
 
작년,   3주간의  북구  여행을  2일에  떠났으므로,  전날  저녁의  동네  불꽃놀이를  직접 볼수  있었는데,  사실  그때  이미  나는  놀래고  있었다.
왜냐면,  몇년 전,  미국  와싱톤  근처, 맥클레인에  살때,  미국  독립기념일  200주년을  맞이해서   매년의  10분인가  하는  불꽃   공연을  특별히  30분으로  한다고  진즉부터  분위기가  대단했었다.
그만큼  이  불꽃 공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세계의  부의  으뜸인  미국이  그 정도였음을  기억하는데, 아니  이 조그만   나라의  동네,  동네마다에서    30분 가까이  불꽃을  터트리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니지, 규모로  치면  미국 땅만 할꺼나.
올해,  스위스의  마지막 여름을  맞고  있는 이번만큼은  축제  마지막  날의   소문난  잔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컴퓨터  계통의  전문인인  한영국씨의 ,  세계  그  어느나라의  불꽃 공연 보다   으뜸이라는  것이니 만큼  더욱  그러했다.
 
밤  10시의  공연 시간,  30분 전에  레만 호 근처의  남편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호숫가를  향해  걷노라니,  이미   바리케이트로  교통이  차단된   6차선의  어두워진   거리  사방에서  호수를  중심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내심  붐비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레만 호를  중심으로  가운데  점화 무대를  길게 설치해  놓아  스위스의  가장  큰  크기의   레만  호숫가에서의   시야는  어디서나  가능해서   크게   애를쓰지  않아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여유있는  관람이   된다.
호숫가에  정박한  수 많은  보트 주인들은  그곳이 곧  그들의  관람석이 되고,  게다가   무대가  가장  완벽하게  보이는  자리에  객석을  마련하여  65프랑에  예약을  미리 받으므로  사실  나머지  자리는  그 어디에 있으나  서둘것도,  자리 다툼할 것도  없다.
 
정확히  10시가 되니,  호숫가의  현란한  음악과  불빛과  함께  돌아가던   시끄럽던  놀이 기구들이  일제히  멈춤과  동시에  불이 꺼져  호수는  어둠에 잠긴다.
처음엔  불어로,  다음엔  영어로  오늘  공연 내용을   방송 하는데,  단지  아랍 계통의  음악과  이야기라는  정도  이상은  들을  수가   없어  아쉽다.
 
드디어   총알같은  하나의  유성이  검은 밤 하늘을  밝히며  관객들의  박수와   환성을  받으며  공연은  시작된다.
지금의   화약고의  살벌한  중동이  아닌,   야화 속의  아라비안나이트의   신비스러움을  담은  현악기를  동반한  음악  연주와  함께  호수 안의  무대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강렬하게   공중  점화로  시작되더니, 점차  스토리를  따라  흐느적 대기도 ,  수면 위를  낮게  흐르기도 ,  담배 연기로  만들어 내듯  여러가지  모양을  닮은  도넛 모양, 비행 접시  모양, 등등  다양하다.  수직으로   치솟다가,  사선의  큐피트의   화살을 쏘듯  형형색색의  화려함으로  검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하늘로  놓이  솟구쳐  그믈을  펼치듯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며  불꽃을  터트릴 때의  환희로움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환상의   절정이다. 
절로  내 입에서는  환호 소리가  나오고, 배 위의  사람들은 그럴때 마다  경적을  울리며   벅찬  마음을  대신한다.
 
내가  굳이  불꽃 ' 공연'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 이것은  결코  단순한  불꽃놀이는  아니더라는 것이다.
첨단의  기술과   디자인과   이야기를  갖고 있는 프로그램의  삼 박자를  모두 갖춘, 이것  역시  종합 예술의  한  분야를  보여준다.
짧지 않은  1시간 내내  사람들은  숨 죽여  현대  과학 문명이  만들어낸  예술 공연  속에  몰입하고,   이런  환상으로의  여행을  선물해준   스위스에  참말로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글  첫머리를   장식할    멋진  장면을 찍을  욕심에   하늘로  향한  카메라  모니터에  눈을   대고 있던 나는  찰라의  순간 속에  잠몰하고  싶어  카메라를  내려  버렸다. 
내가 힘들어서  그러는 줄  안   소같은  남편이  내 손에서  카메라를  가져가  내내    들고 있다.
그냥  보기만  하자고  말을 했지만,  역시 소같은  남편은  묵묵히 사진을 찍는다.
드디어  마지막  혼신을  다한  웅장한  소리와  함께  태양처럼  빛나던  불꽃들이  산화되고 ,   마침표로   변한  빛의  줄기는  말없음 표가  되어가  사라져갈때,   호숫가를  가득히 도열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공연은  끝난다.
저마다,  각자의  마음 속에  내년의  또 다른  스토리를  기대하겠지.
 
돌아 오는 길에  내가  남편에게  말한 것은  십 수년 전,  타일랜드의  수려한 산악지대  치앙마이에서의   폭죽놀이였다.
일년 중의  가장  더운  여름인  4월의  쏭크란  축제 때였는데,  개개인이  화약으로  만들어진  폭죽을  사서  골목 골목이나  야산에서  터트리곤  하는 극히  개인적인  놀이여서   두 아들 녀석들도  신이났었는데,  도시  전체가  화약내음으로  거리를  걷는  내내  매케했었던  기억이  났다.
한 시간  내내  그렇듯  굉음과  함께  그  많은  불꽃을  쏘아 올렸음에도  냄새 조차  흔적없는  오늘날의  스위스의  깔끔함이  갑자기  서늘해짐은  왠 일인지  모르겠다.
대단한  것이  지나치면  무서워지나 보다.
손경선 , 2006-09-21 , 조회 1130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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