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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마을, 샹들렝/최영애 2006.8.12
chandelin 041.jpg [06.08.17 00:27 / 435.8 KB / 105 hit]
스위스  하늘  아래,  그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마을, 샹들렝.
나는  막연히  이 마을을 찾아 가면서  내심, 이번의 테마는  '엽기다'  생각했다.     싱겁게도 결코  엽기는  아니다.
내  레이다에  걸린  바로는  해발  2000미터의   고지대에 있는  스위스  가장  꼭대기  마을로,  1961년  이전에는  도로가  없어서  스위스  어디든 간다는  포스트  버스 마저 다니지 않았다는  마을이다.
그나마   도로가  개통된  이후엔    사진 작가나,  글쓰는 사람들 정도가   찾게되는  여전히  인적 드믄 마을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본  마을의 느낌은  비록   아주 아주  작지만,  스위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소박하지만,  녹녹치 않은  문화를  갖고 있는 그런  마을이다.
 
마을은  산 비탈에  자리하고 있어서  대개의  주택들은  산을 내려다 보고  있어서, 집  뒤편의  지붕께가   길가가  되고  주차장이되다  보니,  마치  뒤통수에  자동차라는  왕방울을 단 듯한  형태이다.
그래도  스위스  어느 도시나  그렇듯이,  이 조그만  마을도  마을 입구에는    뾰족탑의   우아하고   날씬한  교회당이  마을의  위세를  갖추고 있다.
 
아주  오랫적 부터  있어왔음을  충분히  짐작케 하는   콜타르가  탄 듯한 검은 색의  나무  벽들과  지붕을   엮은  나무  조각들은  갈기갈기 헤어져  마치   짚인양  착각하게 했고,
  집안의   곡식을  보호하기  위해,  주춧돌 위에  짧은  나무 기둥을 세워 그 위에는      얇고 큼지막한  원형의  너와돌을 얹어   쥐가  올라오지  못하게 한  주택 양식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척박한  산악  지대,  스위스인의  삶의  지혜의  한   단면이다.
 
비록,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영세함을  면치 못한  스위스였을지라도,
그들의   문화는  아주  오래전 부터  자연스레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이, 처마 밑의  여러가지  장식들에서도  느껴진다. 
초승달  모양의  창문 ,  주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벽 장식들,  동양의  용의 모습이긴  하나  그 날카로움을  둥글려,  합장한  여인네와  함께 조각한  부조  목각,  담벼락의  행운을  불러 온다는  말발굽들,  쇠붙이로  만든  담장에  특이하게  화분과  수도 꼭지까지  만들어 놓은  모습 등등.
길가의  정교하게  조각된  커다란  나무  부엉이가   한적한  알프스  산중의  고적한  마을  샹들렝의  밤을 지키주는 양,  그 커다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다.
 
바로  아랫  마을의  한 집은  온통  정면을  빵만드는  집기류를 잔뜩  붙혀 놓았는데, 그 거리 이름이 ' 빵의 거리 ' (Le  chemin  de  pain )였다는 것!
그 마을의 또 하나,   주물로  만든   재밌는  조각물이  있었는데, 그것은  공동 빨랫터다.
위에  물레 방아가 돌아가고,  머리 수건과  앞치마를 두른  아낙들이  담소하며  빨래하는 정경인데 위로 부터  경사가 져 있어서    기가 막히게  기능적인  모습이다.
전문가인  우리  주부는  대뜸  알아 본다.
 
내가  방문한 지난 주말엔  아침 부터  날씨가  흐리더니  점심때 쯤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고산지인  샹들렝은  산 허리에 안개띠를 두르고,  등산하는 사람들의 발길들이  이 마을로 모이더니,  센터랄것도 없는  길의  한가운데,    카페 하나 있는 곳으로  모두  발걸음을  모은다.
 
그저, 마을이라함이  사진에서  보듯이  긴  골목 하나가  모두이다.
그  가운데,    커뮨이라는   마을 센터를 나타내는  게시판이  하나 있고  그 맞은 편에  그런대로  편편한 자리에  위치한  식당 겸 카페가 있어서  주로  등산객이   손님인  이곳의  피난처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카페 안의  정경은  더 이상  나무랄데가 없는 것이  마치  절벽 위에 걸쳐 앉은 듯이  산 아래와  산 머리가  고스란히  눈 안에  펼쳐지고,  알프스의   스산한  공기에   대비되어   짙은  에스프레소  향과  더불어   카페의   더할 수 없는  따스함이,   장마 뒤의   우리네  구들목 같다.
 
두, 세평 남짓한  카페는  테이블  대여섯개가  마주 보고 있는데, 그 사이에   웬만한  덩치의  사람만한    누렁이(?)가  느긋하게  네 다리를 쭉 뻗고  누워있다.
천장의  모서리를  따라   내 시선이   머문 곳엔, 이름 모를    넝쿨  식물 위에    모양은  짐짓 에델바이스  같으나,   새하얀  빛이   선명한  한 무리의  별 모양의  꽃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누워있는  누렁이의  사지를  징검다리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나를  보며 누렁이의  가족인  어린 아이 둘과 함께한  부모가  빙긋이  미소 짓는다.
돌아서며,   그 태평스런  누렁이를  향해  셔터를 누르니,  이번엔  나를 지켜 보던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미소 짓는다.
우리가    주문한  차가  도착했을 즈음  등산복 차림의  그 가족들은  자리를  떴는데  아니, 또 한마리의 누렁이가  어슬렁  뒤 따르는 것이다.
정말이지,  그 좁은  카페에  두 덩치가  누워있었다니,  그러나  아무도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누렁이들은  이미  그 가족이었으니까.
이따금  시내에 나가기 위해  전철을  탓을때도  그러한  광경은  곧잘  눈에 띈다.  그 좁은  전철 안에 길게 누운  그  모습을 말이다.
근데, 참 이상한  것은  개들은  쉴때  그렇게 꼭 누워있을까?
우리가  사진에서  보는 개의 모습은  얌전하게  앉아 있더구만....
 
얼마 후, 그 마을을 떠나  내려가던 중에  쌩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로  온통  마을 전체를  꾸며 놓은  인상적인  곳을  잠깐 들렸을때, 그곳에서 다시 한번  누렁이 가족을  만났는데,     두 마리의  누렁이를  가운데  놓고  거리를  꽉 채우며  걷는 풍경이   참  보기 좋았다.  
문득  예전에  아이들이  개를 키우자고  졸라대었을때,  식구들  모두 외출하고 나면  개 혼자  어떻하나 , 생각한 적이  생각난다.
 
샹들렝  마을의  한  화가가  자기 집을  전시하고  있어서  들어가 보았는데,  나이  60세 정도의  지긋한  이  노 화가는  네덜란드  사람으로  스위스 생활  9년차라고 한다. 
알프스를  전망으로  길게  연결된  창문을  가진  근사한  화실인데,   마주 보는  알프스의  모습이   아닌  비구상의  유화였다.
붉은 그림의  엽서만한  크기의  유화를 보여주면서   여인의 모습이라하여  아주  아주  열심히  들여다 본  결과, 우리는 그렇다고  동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긴 창문 만큼이나  작품들을  늘어 놓았는데,  너무  추상적이어서인지  팔릴까  싶은  우려를   잠깐 동안이나마   했었지만,  아주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자연환경에서,  그런 근사한  화실을 갖고 있는  화가가  흔할까 싶어서.

손경선 , 2006-08-17 , 조회 2869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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