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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슈, 오페라/최영애 2006.7.17.
Avenches, opera 263.jpg [06.08.17 00:22 / 429.4 KB / 105 hit]
제네바에서  약 140킬로  북쪽으로  가면    중세 로마 유적을 갖고 있고, 스위스 사람 특유의 꼼꼼함과  기계적인 기술이 맞물려  그 보존 상태가  놀랍다는    로마  박물관과  원형 극장의  도시, 아방슈를 만난다.
 
원형극장은  로마 콜롯세움이나   이태리  베로나의 그것과 비한다면  규모면에서만  봐도  상대가 안되겠지만,  형태는 완벽하여    관중석의  맞은 편  지하  동굴이나   계단식의  원형  돌 좌석과   선수 대기실이랄까,  높다랗게 우뚝 솟은   건물은  이처럼,  한여름 밤의  야외 오페라를  하기엔  더 이상  바랄 나위 없을 정도이다.
 
극장 건물을  연상시키는  관중석  맞은 편  돌벽은  9시 15분에  정확히 시작된  베르디 오페라 ' 일 트로바토르 '가  도입부인  1막을 시작하고, 2막에 접어 들 즈음,  점차  주위가  어둠에 물들어 가면서,  휼륭한  스크린  무대가 되어  성벽이 되었다가,  감옥이 되었다가,  야외 정원도 되어가며  세 시간에 걸친,  자정을  막 넘긴  시간에  4막이  끝났을 때엔 ,  중세에서  다시  현대로   책장의  갈피    넘기는 기분이었다.
 
또한 ,' 일 트로바토르' 의 시대적 배경이  15세기경의  스페인  왕위계승을 두고  내전이 치열하던  분위기인 만큼  원형극장의   가장자리를 둘러싼  돌벽은  성벽이 되어,  투구를 쓴  병사들이  붉은  깃발을 들고  성을 지키는 모습이라든지,  수시로  성벽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타임 머신을 탄 듯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마이크를  직접  착용하지  않은 상태의  성량의  풍부함이란  너무나  대단해서  원형극장의  소리를  안으로  모으는  자체  음향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스위스의   정밀한  기계 기술과  맞물려  음향과  조명, 게다가  무대위의  잔디마저  궁중 내의 정원 같았고,  이유는 모륵겠으나  워낙 제비가  많은  마을이라는  가이드  말처럼  해질녘의  중세 무대위  어두워가는   하늘을  낮게  날으는    제비  무리의  비행은    환상적이다 못해  몽환적이랄까.
 
무대    양 옆의 계단  꼭대기에는  불어와  독어의 자막이  있어서,  집에서  컴으로  짜집기해  숙지한   내용에  감초같은 역활을 해서 간간이   단어  퍼즐이  되어 ,  오페라가  끝난 후,   우리  부부는  이태리  원어로  공연된  오페라를   그만하면  완벽히  이해했다고   서로들  동의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 말은 요즘의  우리 남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정보를  물어다 주고,  그 정보를 실현시키고,    운전대에  앉아  목적지를  향한    그에게,    나란히  앉아   브리핑해 주는  그 일을   그는  드디어  맛보고  있는 중이니까.   게다가   목소리도  상냥하게!
 
Il  Trovatore 는  쥬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리골렛토와  함께  대표적인   이탈리아  정통 비극 오페라이다.
'트로바토르' 라는 말은  프랑스의  음유시인들의 집단을 일컬음인데, 그  트로바토르의 하나인  만리코와  자신의 친 동생인 줄도 모르고  죽이는  백작  루나가   왕비의 시녀  레오나르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에  빠지는  배반과  복수의  이야기다.
백작 집안에 의해  집안을  몰살 당해  스스로 집시가 되어버린  아주체나가  복수를 위해  만리코를  유괴하여  아들로  키우고, 그 아들에게  복수를  다짐시키나,  결국  아주체나가  백작에 의해 체포되고,  어머니를 구하러 간  만리코가  감옥에  갇히니  만리코를 사랑하는  레오나르는  백작에게  정조를 주고  만리코를  구해낸 후  음독자살한다.
이를 안  백작은  만리코를  죽이게  되고,  아주체나는  비밀을  밝히며  복수가  끝났음을 알리고, 역시  자신도  죽으면서  4막의  종막은  끝난다.
 
일년 전에  예약을 받기 시작하는  이  오페라에,  게으른  우리는 지난 12월 31일  자정이 되기 얼마전에야  겨우 예약을 했었다.  그러면 10퍼센트  할인이 되므로.
7월 한달  동안,  8번의  공연을   하는데, 이 때가  아방슈의  오페라  축제 기간이다. 
표는  예매를 않고서는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성시를 이룬다.
아방슈는  스위스의  로마 시대의  잔재가  가장 잘 보존된 곳이려니와   원형극장은  유일한 것이어서  오페라 또한  완전 수준급으로,   특히  극중에  나오는 귀에 익은 ' 집시들의 합창 '의  하모니는  유달리   남성 합창을 좋아하는 내게  그  시간은   너무나  행복해서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해발  438 미터에  위치한  중세 도시, 아방슈는  모라 호수를 끼고 있고, 호수를  따라  근사한  별 다섯개  캠핑장이  있어, 우리는  이 참에  스위스 캠핑을  시작해 보고자  아침 부터  서둘렀다.
이부자리는 물론이고 베게까지  두  보따리를  만들고,  지난 여름  북구 피요르드 부근의  구드방겐  캠핑을  떠올리며,  포도주와    지난 번  성자네 부부가  왔을때  미처  요리하지  못한   쇠고기의   진수,앙트레 꼬뜨  스테이크, 게다가  포도주  흐르는 것을 방지하는  목걸이,  포도주  꽃 마개,  친구가  보내줬다고  애착을  느끼는  남편의  포도주 따개 등, 평소답지 않은  엽엽함까지   보였는데 , 결론은  꽝이다.
왜냐면   캠핑장은  완전 북킹이었으니 말이다.
스위스의  여름은  예약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미처 모른 탓이다.  대개의  부인들이 그렇듯이   더듬대는  남편보다  재빨리  상황 판단을   끝내 버린 나는  두 군데의  캠핑장을  마지막으로  아방슈로 직접 들어가기를  결정했다.
비록  오페라는  9시 경에  시작하지만  마을은  이미  사람들이  몰려들 것으로  생각되어  4시경에  마을 한 가운데 진을 치기로  작정,  다달으니  마침  광장 바로 옆에  길가 주차장이  비어있다.
아방슈는  주택 모양도  로마 시대의  그대로의  집들이  많아서  정원이랑  분수대등이  스위스  같지 않다.
게다가,   시내  한가운데   광장은  여전히 ' 피아자 '라는  이태리  용어로 되어있고,  흥청거리는  분위기는  아예  이태리이다.
시내  큰 길은  우리가  카페를 나설때  벌써  도로를  차단하기 시작하여  길 한가운데는  길다란  식탁들을  수 없이 늘어 놓은 노천 식당이 되고,  한쪽 옆  길가에  커다란  화덕을 내어다 놓고,   자줏빛  긴  앞치마를  두른  잘 생긴  젊은이들이  초록과   노랑과  빨강의  이태리  국기 색으로  치장한  모자를  쓰고 화덕 피자를  굽기 시작한다.
웃음을  띄며,  사진기를   갖다 대니,   세 청년이  하던 일도 멈추고  함께 모여  포즈를 취해준다.  잘생긴  것에  친절하기 까지....손님도  주인도  종업원도 ,모두  축제  기분이다.
화덕에  피자를 굽는데  팬이 없이  피자  반죽인 도르를 직접  화덕 바닥에 놓고  굽는 것이  이제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발견이다.
 
이 도시의  재밌는 점은,  로마시대에   인구  2만의  시민들로  번성하던 도시가  지금도 여전히  인구 2만의,  단지 , 조용한 도시라는 점이다.
또, 하나,  재밌다 하기엔 좀 그렇긴 하나,  5시에  가이드 투어가   있다해서  참가해 보니  독어와  불어 뿐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체계적인  마을  둘러 보기가 될 것같아,  따라 다니는데,  아방슈가  독어권인지   불어권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축제 기간인 만큼   수염이 하얀  자원 봉사자 할아버지들이  이태리  곤돌리어들이  쓰는  자그만  밀집 모자에  까만 리본을 두른 모자를  쓰고  열심히  설명하신다.  그저  아는 단어만  귀동냥하는데,  그래도  1단계  졸업시험  2등  짜리  남편이 이따금  알은 체를 한다.
 
마을을  돌아 다니다  발견한 또 하나의 기쁨.
예전  미국  맥클레인에  살때,  동네  야드 세일에  갔다가  콜롬비아  소녀인  자기 딸의 작품이라며,  팔려고 내 놓은  조그만  탁자 매트를 산 적이 있었다.  파란  바탕의  천에  농경을  하는  콜롬비아  마을  풍경을  패딩을  대어  입체감있게  수를 놓은  것인데, 맘에 들어  지금도  노란 탁자에 대어  늘 보고 산다. 그런데 그것과 똑 같은 것을  진열한 가게를 보게 된 것이다.  아주 반갑고  재밌는 기분이었는데, 가격도  세월의  때가 묻어  3달러에  산 그  물건이 어느새  35프랑으로,  한 열배는  올랐으니,  한  사 오십년  후 죽을때는  누굴 줄까나.  너무  길게  보나, 살 날을.
내가  원하는 바는  절대 아니지만  웬지 나는 오래 살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그 날  가장  재밌었던   볼거리는  원형 극장 안이었다.
6시 반 부터  입장을 시키는데,  좌석 번호가  없고  구역만  정해져 있는  사람들은   이때부터  들어간다.
원형극장  바로 옆이  성인데,  그  전체를  울타리를 쳐서   매표원이  서 있고,  표만 제시하면  출입은 자유롭다. 각종 먹거리도  물론  그 안에서도  살 수있다.
무대  아래에  검은 복장의  오케스트라가  있고,   각종 경기를 했을  운동장에  좌석을 놓아  그것이  비싼  티켓 석이 되고,  돌 계단들은  일부는 좌석이 있고, 일부 좌석이  없는 곳이  가장 저렴한  곳이 되는데  전체 6단계로 구분된다.
나는  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구입했는데,  워낙  원형으로  잘  설계되어 있어서  시야가  완전 탁 트여  오히려  경기장 쪽의  좌석 보다는  계단쪽이 훨씬 맘에 들었다.
그래서  빨리 들어가면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일찍 들어간  사람들은  모처럼의  나들이 모냥,  바구니에  에피타이져에서 부터 시작하여   포도주,  메인 디쉬,  후식인  케이크, 마지막으로  노란 옷을 입고   돌아 다니는  아이들의 커피를  사 마시는 것으로  끝이 난다.
내  앞으로  오른쪽에는  스위스 사람들, 왼쪽으로는  이태리 사람들이 한 무리지어 있었는데, 나이는  오십대 정도의  지긋한 분들인데( 바로  우리 부부들이네),  그들을 구경하는 것이  퍽 재미났다.
말을 들어 보기도 전에  이미  그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나라는 이미 구분된다. 
 왼쪽은   일어서서 '부라보' 부터   떠들썩하게  하며   포옹에  키스에 잔치 분위기이고 
오른쪽은  포도주 따르는 것도  조용조용 ,  말소리도  조용조용,  손가락만한  치즈를  들고  과일 베어먹듯  먹는  모양도  조용조용이다.
내 뒤에는  세 아줌마들이  역시  바구니를  옆에 두고  정답게  쉴새없이  무언가를 먹는다.
이 분들은  스위스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다.  왜냐면,  여자  둘 셋이면  접시가  깨진다던가  말하지만,  도무지  소리는 별로 안들리고  가끔 돌아보면   움직이는  입 모양에  미소만 보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중 어느것이 좋다고는 아무도  말 못한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합리적인  행정과  청결함에  만족하다가도,  떠들썩한  이태리에서의  자유로움과   솔직함은,  스위스의  깐깐함에   동여 맨 마음의  끈까지  놓게 만든다. 
우리 부부도   들락 날락  소세지 사 오고,  아이스크림 사오고, 마지막으로  화장실 한번 더 다녀오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공연은 시작된다.
 
나의   이국  땅에서의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는  역시  사람 구경이다.
특히  이곳  아방슈에서는   거의  유일한  내  몽골 얼굴에  나  나름대로    그 즐거움을  충분히 제공했으니   그들이  내 이 말을 듣는다 해도  뭐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터이다.
 
 
손경선 , 2006-08-17 , 조회 3214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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