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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세 도시, 이브와르 가는 길/최영애 2006.7.1.
Yvoire, Puce, 연극 111.jpg [06.08.17 00:17 / 385.0 KB / 105 hit]
지난  주일엔  제네바  동쪽  국경인  이브와르에 소풍을 갔다.
처음 스위스에 도착하여  호텔에 있을때 부터  귀에 익히 들은 도시가  이브와르이다. 
무척 아름답다 하여  대체로  호텔에 있을때,  찾아 보게 되는  도시인 모양인데,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벨지움,  안트워프 살때의  시내  루벤스  하우스를  미처 못 보고 떠났던 , 그와  똑같은 우를  이번엔  범하지 않기 위해 , 올 봄에는 서둘러 다녀 오리라  별럿음에도 불구하고,    세월은  도둑 고양이  발걸음 마냥,  어느새  슬그머니  여름이 되어 버린 것이다.
 
6월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연일 날씨가  30도를  들락 거리니, 이곳이  그 서늘하던  유럽 맞냐고 할 정도로  뜨겁다.
예전에  벨지움 살던 때, 가져갔던  여름 옷을   단  한차례도 입을 일 없이,고스란히  도로 가져 온 기억으로 인해서, 소매 없는  웃옷일랑  전혀 갖고 오지 않은 나는,  지난 여름에 이어,  혼자  있을때는  아예,   딱 하나 있는  여름 잠옷으로  산다.  별 쓰잘데기  없는 옷도  이미  몇 차례  사기도 한   즉흥 구매력까지 갖춘( 이건  남편의  진단이다 )내가 ,   유독  이 부분에서는  이렇게 2년째  버팅기기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딱  하나 있다는  그  잠옷은  내가  퍽  애지중지 하는  옷인데,   옷의  장르(?)로 말을 할 것 같으면     허리가  거의  없는  한장 짜리  심플한 원피스로,  옷감이  갑사 모냥    얇고,  매끄러운  촉감이  좋아서  잠옷으로  작정하고 샀는데, 한번은  백화점의  에스칼레이터를  내려 오는데  맞은편의  어떤  여자가   밤에만  입는   내  잠옷을  입고  버젓한  대낮에  위로 올라오고 있지 않은가!
나는 그때  거의  경악해서  소리를 지를 뻔했었다.  가까스로  그  옷의 원래 용도가  생각났으니  망정이지..... 이런 걸 보고  경제학자는  혹,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할래나.
 
요즘처럼  밝고  뜨거운  날씨엔,  아파트  앞뒤가  나무로  가려진  우리집에서  바라 보기는  그만이지만,    집을 나서자면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다.  얼굴의  찌게미도  그러려니와 ,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작열하는  태양 볕 한 가운데  있노라면,  딱 좋은  온도에   기분좋게  튀겨져서   점차  다홍빛으로  변해 가는,    한 입 베어 물면  적당한  물기에  오도독   소리내는  오동통한  새우가  연상되어,  그저  그 자리를 벗어 나고파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래도,  올해의  목표가  인근의  소도시  탐험이라,  주말 아침에 눈 뜨면  도시락  챙기고,  운짱의  컨디션이 좋아야   주인인  내  마음도 편한지라, 진득하니   남편 깨기를 기다려   아침  멕이고,  나갈 채비를 한다.
그나마   최선은  태양이  활개 치기 전에  내가  먼저  사뿐히  집을 나서는  것인데,  그날도   아침  8시를 넘기지 말자고   전날  잠자면서  까지 작정을  했건만,  게다가  그 날은  오후  4시의  미사가  있어   더더구나  서둘러야 했다.
왜냐면,  pot  luck 으로   음식을 한 접시 해 가야하는데,  그 전날 장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   태국  음식인    쌀 국수  냉채를  만들기 위한  게맛살이 빠진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한테 까지  잊지 말게  도와 달라고  언질을 주었건만,  제네바 시내에 들어서니  그제야  생각난다. 
스위스에서는   일요일에  전혀 장을 볼 수 없고, 이웃  프랑스의  한 두 가게 정도에서  오전에만   일을 볼 수 있다.
그래도  돌아 갈길이 아득하여  혹시나 해서   스위스인이  아닌  아시안이  경영하는   마켓을  두 세개  뒤졌는데   역시나  꽝이고, 결국  오던 길을 돌아서  우리 동네  프랑스로 갔다.
우리가  갈 곳도  건너편의   동쪽 프랑스이지만,  절대로  물건을  입수해야 하니까  아는 곳으로 가는 수 밖에 없어  서쪽 프랑스로 간 것이다. 
머리가  나쁘면  발이 고생한다는  우리나라 속담은  진실로  진리여서     한참  후인  1시간  반이나  지체된 뒤에나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다.
아이구,  내  '두'야! 
 
그러다 보니  해는  중천에 떠 버렸고,  차창에 무수히  떨어지는  화살같이  날카로운  볕에  시들해 지던  나는  아름다운  호수  풍경에  다시  생기가  돋는다.
  제네바  시내를  둘러싼,    스위스의  가장 큰 호수인 레만 호수는 바다같이  푸르고,  그 위를  수 많은 돛 단  배들이  바다위에 떨어진  배꽃처럼  떠 있다.  돛대의  모양도  어찌나  크던지   날듯이  주저앉은 한복 치마를  보는 듯,  바람을  잔뜩 품었고,  색깔 또한  빨강, 파랑 , 노랑 ,  하양 등, 수도 없이  명랑하다.
다녀와서  구글을 검색해 보니  그날이  1년에 한번 있는   제네바  보트 대회였다네.
또한  요즘이  장미의  계절인 지라,  호숫가  1.5 미터의 긴  산책길을  장미로 화단을 꾸며 놓아  많은 제네바  시민들이  삼삼오오  거닐고 있었는데, 개중엔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  보는  사람도  고맙게  바디  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난  운동복을 입고  조깅하는  사람들,  수영을 할 수 있게  조성되어진   한 모퉁이의  모래 사장과   그 제방 위의 반라의  수영객들은   남편의  표현대로  물가에  앉아 있는 물개떼들 같다. 
 대들보  열개 정도의  굵기의  우람한 나무에  빙 둘러  매달려진   타이어를 이용한  그네들,   장미 화단  앞의  빨간  벤치에  앉아  건너편   호수에  길게 나래비를  선  고풍스런  분위기의  건물들과  아직  주인을  기다리는  수 많은  요트들과  함께  햇볕을 쬐고 있는  해  바라기들. 
도로  한가운데  서서  멀리  하늘을 바라 보니  건물 사이에  뾰족히  솟은  첨탑 모양의  중세의  지붕들의  스카이  라인도  멋있다. 
그 사이사이를 오가는  빨간 색의    앙증 맞은  꼬마  기차와  그 안에 타고 있는  덩치 큰  어른들도  불균형의  조화랄까, 재밌다.
 
호숫가를  지나자  얼마 가지 않아  국경이 나타나고,  한  30분  들녘을  달리노라니  이브와르 도시에 이른다.
잘  가꾸어진,  역시  호수를 끼고  형성된  중세 도시,  이부와르다.
좀 전에 우리가   머물렀던  곳을  건너편인 이곳에 와서  바라보니  기분이 야릇하다.  호수를 낀 곳은  이렇듯  어디나  아름답다.
바다를 끼고 있다면  비록 아름다울지라도  해풍에  건물의  유지가 어려울테지만, 호수는  그렇지도 않아서  늘  깔끔한  외관을 지니고 있다.
나무들 역시  늘  푸르고  윤기가 난다.
 
마을 안에 들어가니  갖가지  가게들이 즐비한데, 가게 자체가  앤틱이다.
빨간 넝쿨 장미가  아치형의  돌  입구를  우아하게  둘러싼  그 아래에는    상팔자를  자랑하는  흰 개 한마리가  오수를 즐기고 있다.
카페나  레스토랑은 주로  이층에  자리하고   상점들은  우리가  말하는  1층  내지는  지하를  사용한다.
스위스는  지하실을 아주  실용적으로  이용하는 나라로서  기초 공사에 얼마나  지성을 드리는지  결코 습하지가 않다.
습하지  않은 지하실은  아주  운치가 있어서  상점으로  운영하기엔 그만이다.  특히   건조 식품인  소시숑  가게는  아주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중립국을 선언하기 이전 부터   강한 나라들 사이에  끼어  늘  노심초사하던   이 나라는  지하실을  방공호로  사용했으므로  지금도  주택은 물론,  아파트도  반드시 ' 까브'라는  지하 창고들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감탄할 일은  이  까브가  전시에는  방공호가 되므로  여차하면 땔감으로 써야 하는 일에 대비해서  전부 나무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물론  지하에는  수도 시설과  전기 시설,  또한 완벽하다.
전쟁에 대한   준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비록  이곳이  프랑스이긴 하나,  접경 지대라  생활 풍습은 스위스와  비슷하고,  대체로의  스위스 접경지대는  프랑스 보다  풍족한 편이다.
스위스가  어느 정도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왜냐면  국경지대에는  자국민도  살게 되니까,    자국민에 대한  정부의  배려인것이다. 
양질의  국민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은   부자 나라  정부로서의  당연한  할 일이긴 하나,  그 책임을  확실히 하고 있는 스위스  행정이다.
 
좁은 중세도시의  골목 골목엔  화려한  제랴늄을 비롯하여  보라빛  방향초,    소담스런  하얀  꽃무덤의  담벼락 장식,  이름 모를 수 많은 꽃들,등등  보이는 것 모두가  환상적이다.
호숫가에   위치한  레스토랑들엔  이미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한  손님들로  북적이고 시작했고,  그럴싸한  분위기에 젖어,  자동차  안의  도시락은 잊기로 하고,  우리 부부도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북적이는  식당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시간을 보니  어느새  1시가 가깝다. 
2시까지  집에 가야   가져 갈  음식도 만들  수 있기에,   모처럼  의기투합해서 들어 간  식당을 부랴부랴 나와 버린다.
그날, 시간에  쫓긴  우리는,   헐떡거리며  겨우  미사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날  얻은  결론은    성당가는 주일엔  조신하게  집에  있자는  것과   무엇보다도   발보다는  머리를  더  쓰고 살자는  그날의 결심이다.

손경선 , 2006-08-17 , 조회 2930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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