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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hell with Opera/최영애 2006.6.24.
Yvoire, Puce, 연극 197.jpg [06.08.17 00:15 / 431.5 KB / 106 hit]
제네바에서의  두 번째   연극 구경을 갔다.
홀에서  팜플렛을  팔고 있는,  얼굴에  숫껌뎅이  분장한 아가씨와의  한컷이다.
그렇지만, 이  아가씨를   무대에서  보지 못한  것을 보면  그것도  엽엽한  위트의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남편이 등록한  ' 웰컴 제네바 ' 에서  주기적으로  각종 이벤트가 있어  메일로 소식을 알려 주는데,  예술 계통엔  완존  무심한  남편인지라,  지난 해에는  무심히  흘려 버리곤 했다는  공연을  올해는  무조건 참여하겠다는  어부인의 엄명에  메일이 뜨면 이내  전화로 알려준다.
그러면 결정은 내가 한다.    남편은  이런 것에는  머리를 비우니까  말이다.
 
지난 번의  프랑켄 슈타인   인형극 형식의  1인극도  그러했지만,  영어로  대사를 하여    남편과   팜풀렛의  도움을 받으면  모로 가도  나도 서울은 간다.  약  20프랑 정도인데  선착순  50명까지는  게다가  공짜이니,  표 사러 갔다가  입이 함지박만 해 졌다는 것 아닌가! 
스폰서가  있는  웰컴 제네바에서  회원들을 위해  약간의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체로의  이벤트가  실비다.
 
난  라이브는 뭐든지  좋아 하는데  특히 연극을 좋아한다.
지난 번  놀러 온  세자매와  함께 하는 ' 네자매 '의 모임의  중요한 이슈는  연극관람이다. 
연극은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조그만  소극장의  오붓함이 있고,  무엇보다   그때 그때  반응하는 관객의  느낌이 좋다.  영화의 분위기가  기계적이라면   연극은  자발적이라고나 할까. 
 
스위스의,  외견으로는  수수해 보이면서도  대단히 기계적인  내부  사소한  시설에 대해서 늘 감탄하지만, 오늘의  연극 무대 역시  단순한  무대로 보였으나,  마이크 없이도  배우들의  음성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무대  음향 장치,  1막이 끝나고  붉은 커텐이  내려짐과  동시에  옆 칸막이가  올라가서  바로 옆의 카페테리아가  드러나  그대로  간단한 스넥이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편리함과   깔끔함.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바로  시야에  걸쳐지는  초록의   숲과  지저귀는  새 소리.
 
Gaos( Geneva Amateur Operatic Society )가  공연한 오페라 형식의  연극으로 ,  16 곡의 오페라  합창곡이나  아리아 등을  넣어서  무대 아래의   생생한  피아노 연주와  지휘자의  현란한  몸 놀림에  맞춰  공연된 아주 스펙타클한 무대였다.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오페라  공연장에  폭탄이 떨어져  모두  죽는데 , 미리  그 사실을 알고 찾아 온  천사와 악마의  자기 편 만들기의 현장이다.
객석  뒤에서  출연한  검은 망토의   다섯 사람의 지옥 사자가  심판관인데 그들의  의상은 완전  메트릭스의 그것과 흡사하다 못해 똑 같다.
악마의   우렁차고   때로는  음산한  마력의  노래에 대항해  싸워야 하는 천사는   기침을  하더니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하고, 단원들의  격려로  부르는   한  소프라노의   구노의  아리아 ( pure  mockery !)가  결국  심판관의 마음에  감동을 주어  그들은 모두  천국으로 올라 감으로서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는   화려한  합창으로   무대의  막은  내린다.
 
팀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아마추어들의  오페라여서  아리아를 부를때에는  다소 불안하기도  했지만,  합창에 있어서는  프로에 전혀 뒤지지 않는 성량을  보여 주었다.
베르디, 헨델, 롯시니, 오펜바하 등등  대곡 등을  유감없이 쭉쭉 뻗어,  천장까지  울려 퍼지는  고음의  아리아와  힘있는  합창의  대비는  컴퓨터의  음악에도  감지덕지 한던  겸손한  나의   귀를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고요하게  울려 퍼지던  호프만의 뱃노래는  글을 쓰려  떠올리는  지금, 그 장면 그대로 귀에 아련하다.
 
1막이 끝나고,  바로  옆의   벽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니, 그야말로  벌떼같이  옆집  카페테리아로  몰려 들어  먹고 마실때, 남편은  미처  귀동냥을 못한  스토리 구성을 위해  열심히  팜플렛을 읽고,  나는  내 뒷줄에 홀로 앉아 있는  인자한  미소를 띄고  계시는 하늘 색 원피스의   완전  은발의  풍만한(?) 몸매의   아름다운  할머니랑  이야기했다.
한 손에 스틱을 잡고 계신 할머니는  족히  팔십은 넘었으리라 예상은 되지만    에티켓 상  차마  연세를 물어 보지는 못하겠다.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아는데, 서양에서는  여자 나이 물어 보는 것이 그리도 실례라나.
영국에서  할아버지  앞서 보내시고    혼자 사시는  할머니는,  이곳 제네바의  딸네 집으로  4주간의  여름 휴가를 오셨다 한다.
다리가  튼튼한   그녀의  딸은  이미  저쪽  숲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여행 중에도  이렇듯  문화 생활을 즐기는  그네들의  여유를 본다.
 
스위스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때에  음악과  미술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해서,  중 고등학교까지  줄창 공부하게 한다고 하니, 그것도  학교에서가  아닌  전문  음악, 미술학교에서  과외로  공부할 수 있게 제도화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이 나라에 와서 처음 느낀, ' 생활 자체가  예술이다 '라는 내 느낌은  틀린 것은  아닌 거다.
 
 
손경선 , 2006-08-17 , 조회 2997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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