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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에르/최영애 2006.6.15
SUC54303.JPG [06.08.17 00:13 / 422.1 KB / 106 hit]

그뤼에르 성의 모습이다. 
뒤에  알프스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해발  746 미터의  아름다운  성의 자태이다.
스위스 치즈 대명사인  그뤼에르  치즈가  만들어지는  마을로 유명한데,
스위스 퐁뒤의  재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치즈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엔  이 마을로 여행을 떠났다.
'그뤼' 는  '학' 이라는  불어인데, 그래서인지  마을의  창문엔  빨간  학의 그림이,  한아름 하고도 넘치는  치즈엔  반드시  학 모양의   상표가  붙어있다.
 
여행자 책에는  그저  치즈로  유명한 마을에  그뤼에르  성 하나 덩그라니 있다고 했는데,    언덕을 올라  더운 햇살에 지쳐 갈 때쯤  내게 나타난  그뤼에르 성과  그 사이의   선물가게와  레스토랑 , 카페 들의 모습은  동화 속  마을을 보는 듯,  탄성이 절로 나왔다.
요즘의  절정인  제라늄의  터질 것 같은  밝은  빨강색으로  집집마다,  가게 마다  치장을 하고,  치즈의  본 고장답게  스위스  전통 복장의  웨이트레스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곳   유럽에서는  어디서나  먹고  마시고 하는 것이 여행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은 확실하다.
한국에서는  늘  커피를  보온 병에 싸가지고 다니던 나도,  이곳에서는 어느덧  길에 나서면  일단  맘에 드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 하는 것으로  여행의  기분이 시작되는  즐거움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  거의  기를 쓴다고나  할까.
아무리  근사한  치장을 했더라도,    아무리  멋진  장소에  위치했을지라도   가격은 동네 카페나  동일하니까 말이다.

근데,  촛점은  그  맛나는 순간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 ( 왜냐면  요놈의  갱년기 증후군  탓인지   하루  한 잔  이상의 커피는  밤에  수면 장애를 초래 하는 경향이 있어서 ) 오늘은  성을 일단 둘러 본 다음의  여유로운 시간으로  하기로  한다.
여행을 하노라면  목적지의   기대했던  기쁨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어부지리가  때로는  더욱  감칠나게 하기도  한다.
염불보다  잿밥에  신경쓰는 것이  워낙  내  성향이기도  하지만,
이번 여행에도  그런 것에 매번  반응하다 보니  정작  목적지에 도착했을때는  거의 점심때가  되어,  요즘은    그 고장에 들어가기 전에   바구니 도시락 부터 먹는 것이 관례가 되어 버린듯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사실,  외식할 일이  주중에는 별로 없는 나로서는  주말 여행에서  재미겸, 식당에서의   볼거리 까지를 기대하는데,  남편은  입가심 용으로  밥을 조금만 준비해 달라고  한다. 
아이구 참, 내 원. 그러느니  다 싸버리고 말지. 젓가락 하나만  더  넣으면   되는 걸.
그래서  결국은  목적한  도시에   들어 가게 되면  카페 부터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성의  입구  직전에  '기거 박물관'이 있는데  '기거'라는  조각가는  에어리언의  여러  형상들을  조각한 것으로  유명한 모양인데,  영화  에어리언은  내게 있어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영화인데  돈까지 내고  그것들을 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  사진만  한 장  박고 만다.
예전,   방콕에 살때  내  생일인가에,  요즘  우리와  함께 있는 작은 애가  선물로  준 것이  흙으로  만든  초록색  에어리언이었는데,   거실 구석에 둔  내 대접에    퍽 섭섭해  하던  아이의  표정이  기억 난다.  
선입견이 없는 나이인  일곱 살 백이라서 그랬는지  아무튼  그 애는  에어리언  영화도  아주  좋아했는데  세상에, 그  것을  귀엽다고 표현했었다.
 
그뤼에르 성의  주인인  영주의   위력은  대단했던   모양으로  각종의  방들이 있었는데, 그  중의  으뜸이  기사들의  방으로  성의  포스터도  그 그림이다.    마치  군주를 위한  기사들  같은.....
흥미로운 것은  침대가  아이들의 것처럼   아주 작았는데, 그 당시엔  암살당할 위험이 늘 있었으므로  주로  앉아서  잠을 잤으므로  해서  침대가  그  지경이었다니,   돈이  많았음에도,   권력이  대단했음에도  잠 한 번  제대로  잘 수 없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저승에서 나마  억울해서  긴잠일랑 제대로  이룰래나  몰라.
나는 지금도  하루에  8시간을 자지 않으면  무척  억울해 하니까  하는  말이다.
 
성엔   대대로  물려 받은  가구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성 밖으로 보이는  프랑스 정원은  베르샤이유 궁전의  정원처럼  정교하게   손질해 놓은  아름다운  기하학적 무뉘의  정원인데,  프랑스와  늘상  전투 중에 있으면서도   그들의  아름다운  문화는  본 받으려 한  것을 생각해 보면   오늘날의   생활에  밴  문화 수준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구나  싶다.
성의  탑 꼭대기  까지 오르는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니  그  마지막  천장을   만화 그리는 수법이랄까,  한 소녀의  초상화로  가득 채워놓아  환상적인  분위기에  사진기를  꺼꾸로  들이대니 ,  옆의  중국인( 짐작에 )  아가씨가  제일로  맘에 드는  곳이라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대니,  돌아서던  나도  다시 한번  찰칵인다.  왠지  그녀가  그런 계통의  학생 같아서.
 
드디어  성 내부와   외부를  탑돌이 하듯  둘러 보고,  제라늄이  길게 늘어 선   찻집에  앉으니,  바로  옆의  할머니  두 분이  담소를 하시다가   우리 부부를 함께 찍어 주고 싶다고  자청하신다.  듣던 중, 반가운 말이다.
 그  할머니  눈에도  그곳의  정경들이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이시나 보다.  자매 지간이라 하시는  그  분들의  모습도  마음새도  그곳처럼 아름답다.
그곳의  카페가   다른 곳과  달랐던 것이 있는데,  커피용 크림이   조그만  일인용   나무통에 담겨져 나왔는데,  우유가  많이 농축된  크림이어서  액체가  아닌  고체에 가까운  아주  고소한 맛이었다.
 
그뤼에르가   치즈의  고장인 만큼  기차 역 근처에는  커다란  치즈 공장이 있어서  견학을 했다.
치즈  한개가  35킬로 그램이니  웬만한  남자  아니면 들지도 못하겠다.
요즘은  모든 것이  기계화  되어 있어서  모니터와  이어폰을 통해  제조 과정을  듣고   공장 내부의 기계들을  구경한 정도인데,  창고에  빼곡히  쌓여 있는  노란 치즈의  모습들이 장관이었다.
 
그곳 그뤼에르에서  약 5킬로 미터 떨어진 곳인  몰래종에서는  아직도  전통식으로  치즈를 만든다 해서  그곳으로 향했는데  2시 반이면  땡이란다.  산속에  위치한  마을이라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알프스  목초지이고   목에  커다란  방울을 단  젖소들의  풀 뜯는  움직임에  늘  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몰레종  산이  해발  2002 미터인데  산악 열차인  푸니쿨라와  케이블 카를 갈아 타고  올라 가니  산 봉우리엔  역시나  노천  카페를 가진  식당 하나가  전부이다.
아직도  하얀눈이  바로 앞에  보이니   연일  30도  안팍을  오르내리는  땅위의  수은주가  이곳에서는  감이  잡힐 듯 말듯이다.
카페에 들어가서   남편은  맥주를 ,  나는  옆 사람이 먹는  그럴싸해 보이는   후식용  과자를 보며  똑 같은 것으로  달라고 했다.아이스크림 처럼 생긴, 그러나  매우 가벼운  하얀  달콤한  과자에  생크림을  듬뿍 얹은  디저트 용인데  이름을 두 번이나  되물어 보았지만  외울 길이 없다
 
늘  느끼는  것인데, 식당에서  자신이  먹는 음식을 가르키며  똑같이  주문을 하거나,   사진을 찍어도  좋겠냐고  양해를 구하면   우리 동양인들은  피하는 편인데  반해서  이곳 유럽인들은  한 술 더떠서  설명을 덧붙여 주거나,   재밌는 포즈까지  취해 준다.
의식주가  일찌감치  해결된  삶의  여유의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돌아 오는 길에, 고속도로를  날렵하게 달리고 있는데,  저 멀리  보이는  구름 다리위에,     승마를  즐기는 ,  높은 말 안장위의  늠름한 모습의  남녀  한쌍이 보인다.
같은 평지를  달려도  이런  승마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어차피  낮은 승용차 안의  우리 부부의 눈 높이로 보자면   근육질로  단련된  튼튼한  말의  다리를 거쳐   잘  발달된  둔부를  지나  자연  올려다 보게 되는데,   지는 해를  등에 업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더욱 더  그럴싸해 보여  그 기상이  하늘을 찌를 듯,  개선 장군이라도  저 보다  더 할까보냐.
 
지난 번  한국 아줌마 한테서   파마한 것이 도무지  맘에 안들어  머리 정수리 한 가운데  롤 두개를  말고  천연스레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우스운지  남편이 한 마디한다.
그러고  밖에 나가지는 말라고.
남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도로 접어 들어  모르쥬에서  자동차 기름을 넣을 곳을 찾다    발견한  주유소 옆의   부로깡뜨 가게 (  허접 쓰레기  앤틱 ) 를 보고  그냥  내달으니   다시 한번 남편이 기겁을 한다.
 
도로 변의  주택이나   공동 주택의   베란다에  커다란  국기들이  걸쳐 있길래  의아해 하니  남편 왈,  월드컵 때문이란다.
 각기  집 주인의  나라 별로  국기들이  도열하고 있는데, 단연   빨간 바탕에  하얀 열 십자의    스위스 국기가  눈에 많이  띈다.
  오후 세시의  토고와의  축구를 보기 위해 남편은  반나절  휴가를 내고  집에 왔다.
어느  토고의 점쟁이의  한국이  2대 1로 이긴다고  했다는 내 말에  반신반의 하며  두  남자는  소리도 못 내고  얼굴만  벌개서  경기를 본다.
절대로  조용히  시청을 못하는 나는 ,  그런  나를  성가셔  하는  그들이 아니어도,  맘이 편치  않아, 앉지  있지도  못한다.  운동 경기 그 자체를  그닥 즐기지도  않는  편이라,  우리가  이길때면  그저  시간만 지나가라고   초침만   잰다.
고마운  토고의 점쟁이 말대로  우리가  이겼다.
두 남자는 내게 감사하고 , 나는  그, 아니면 그녀에게 감사했다.
앞으로도  감사할 일만 계속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꼬!

 

 

손경선 , 2006-08-17 , 조회 2733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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