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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이상 사이

  문단속에 신경을 많이 쓴다. 분명히 현관문을 잠갔지만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사무실 3층에 살다보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문을 잠갔다고 생각했는데 걱정스러워서 또 다시 확인하려고 1층으로 내려간다. 강박관념인가 싶기도 했다. 언젠가는 늦은 시간에 귀가한 적이 있다. 분명 문을 잠그고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싸! 새벽5시에 신문을 가지러 내려가 보니 문이 잠겨져있지 않아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일이 있다. 그 이후론 두 번씩 확인하는 것은 물론 그럼에도 미심쩍으면 다시 나가본다. 비단 문단속만이 아니다. 매사에 완벽을 기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자식들에게 엄마는 걱정도 팔자다라는 말을 듣는다. 때로는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정도가 지나치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거니 여기지만 몸에 밴 습관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문을 잠그는 일에 강박관념이 생긴 지는 오래 되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던 때부터였다. 어느 날 새벽, 여느 때와 같이 일어나 공부하는 아이들 방에 들렀다. 한참을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은 안쓰러움과 흐뭇함이 반반이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아침준비를 하려고 주방 쪽으로 가는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분명 닫고 나온 듯했던 안방 문이 열려 있었다. 무심코 방문을 닫으러 갔다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장롱 문이 열려 있고 물건들이 흩어져있었다. 누군가가 다녀간 흔적이 역력했다.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다. 생각할수록 아찔했다. 아이들 방에 불이 켜져 있었고 나는 깨어 있었다. 만약 좀 더 일찍 아침준비를 하려고 나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또한 남편이 깨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당황한 도둑이 강도로 돌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순간이었다. 생각할수록 소름이 끼쳤다. 소소한 걸 잃었지만 도둑이 아무도 몰래 다녀간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그 후에 또 한 번의 일이 있기까지 나는 문단속에는 여전히 허술했다. 얼마 후 이른 아침에 집 앞 길거리가 왁자했다. 바로 집 앞에서 생긴 일이라 무슨 일인가 싶어 밖으로 나가보았다. 체격이 왜소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도둑이었는데 우리 집 창문으로 들어오려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것이다. 우리 집과 옆집과의 공간은 겨우 사람이 옆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정도로 폭이 좁다. 그 공간에 떨어져 있는 시체를 옮기는 중이었다. 병원을 운영하니까 돈이 많은 줄 알고 두 번이나 도둑이 들어왔나 싶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일까. 그 후 강박관념처럼 문을 잠그고는 그도 불안해서 다시 나가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금방 문을 잠그고 돌아서다 말고도 믿기지 않아서 거듭 확인까지 했다. “엄마는 걱정도 팔자다.” 처음 한두 번씩 하던 아이들의 말도 습관이 된 듯하다.

   문단속이 더 철저해진 것은 남편의 와병 때문이었다. 이 십여 년이 넘도록 병석에 있었던 터라 휠체어 사용이 불가피했다. 일상생활에 편리한 집 구조가 절실했다. 휠체어를 밀고 다니면서 남편이 운동하기에 용이한 집이 필요했다. 동시에 남에게 불편을 주지 않아야 했다. 물색 끝에 새로 짓는 아파트의 1층을 분양받았다.

   1층은 화단이 있어 좋기는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불안했다. 넓은 창문으로 도둑이 쉽게 들어올 것만 같아서 단단하게 방범장치를 했다. 입주한 아파트 1층을 일일이 살펴보았다. 1층에 사는 누구도 방범장치를 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두 번을 당한 도둑문제 때문에 노이로제(neurosis)가 걸린 것이 틀림없다. 가끔 이런 자신이 이상한가 싶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정상과 이상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사는 틈틈이 생각나고, 수시로 적용시켜 생각해 볼 만큼 심리학 공부시간이 참 재미있었다. 특히 심리적 장애를 연구하는 이상심리학이 더욱 재미있었다. 수업시간에 친구들끼리 수군거렸다. “심리학 교수님이 좀 이상하지 않나? 정신병 환자 아닌가?” 라고 하다가 여러 가지 상담사례들을 들으면서 우리는 서로 어머! 내 얘기 같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상행동은 개인의 성향이나 기질이 환경적 영향을 받아서 나타난다고 한다. 그 생각은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두 번의 도둑 문제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혹시 강박증인가를 생각하다가도 고개를 저었다. 두려운 사건이나 상황을 방지하거나 완화하려는 시도로써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문헌을 보면서 나는 지극히 정상이라고 자위했다.

   지금은 문단속을 제외하고는 불안하거나 두려운 것이 없다. 편안한 생활을 하고 숙면을 취하니 분명히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단정한다. 이상 심리학에서도 한 가지 특정 증세를 보인다고 해서 비정상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말에 강하게 꽂힌다. 정상과 비정상은 정도의 차이에 따라 나눌 수 있다는 말에 곱씹는 것 또한 약간의 이상 현상을 덮으려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요즘은 나의 걱정을 알아주는 가족과 직원들이 드나들면서 문단속을 비교적 잘 하고 있다. 다시 확인하러 나가면 진짜 이상한 거다. 마음을 누르며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잠자리에 든다. 나는 정상이겠지, 자문하면서.


울산문학 84호 여름

2018. 6. 28.



성주향 , 2018-06-30 , 조회 591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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