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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추어탕

  내가 사는 중구에는 맛있는 추어탕 집이 많이 있다. 지인이 중구에 있는 추어탕 전문 식당으로 안내했다. 함께 잘 먹었는데 두고 먹으라면서 덤으로 포장을 해서 쥐여주기까지 하였다. 그 지인은 어디서든지 추어탕만 먹으면 내 생각이 난다며 포장을 해서 가져오곤 했다. 추어탕을 좋아하는 것도 유별난 것 같다. 나는 손님을 만날 때 추어탕 집에서 곧잘 만난다. 주차장이 가깝고 나의 집을 찾기가 쉬운 이점이 있다. 삼복더위 때마다 삼계탕 집을 찾지만 빈자리가 없으면 추어탕 집으로 향한다.

해마다 여름이 오면 삼복더위에 삼계탕 대신 추어탕을 먹는다. 추어탕은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고 산초향이 좋아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결혼 전에는 넓은 과수원 안에 집을 짓고 살았다.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어 부채바람이 땀을 닦아주었다. 어머니가 끓여 주신 뜨거운 추어탕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고 나면 이열치열의 묘미를 느끼게 했다. 때마침 어디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이 스칠 땐 그 시원하고 감미로움은 비할 데가 없다.

  여름밤 과수원 안에는 모기가 많았다. 모기향을 피워놓고 가족들이 평상에 모여 부채질을 하면서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웠다. 바람 한 점 없이 숨 막히는 밤에는 우물가에 가서 등목을 친다. 물이 너무 차서 정신이 번쩍 들고 소름이 끼친다. 자리에 되돌아와 조금 있으면 또 다시 등줄기엔 땀이 주르르타고 흐른다.

  한여름 밤의 야식은 시원한 수박이나 참외 등 과일이 먹고 싶은데 어머니는 추어탕을 맛있게 끓여서 갖고 오신다. 어머니의 추어탕 솜씨는 천하일품이다. 미꾸라지를 듬뿍 넣고 원래의 재료 외에 호박잎과 애호박을 넣었으니 한 맛 더한다. 국이 식지 않도록 뚝배기를 데워서 뜨거운 추어탕을 담아낸다. 마늘과 빨간 고추 푸른 땡초 다진 양념을 넣고 쫑쫑 쓴 방아잎과 산초가루를 넣어 먹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보통 두 그릇을 먹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고 나면 곧 졸음이 온다. 평상에 벌렁 누웠을 때 바람이 휙 불어오면 시원한 과일을 먹은 것보다 더 시원함을 느낀다.

  어느 지역을 가든지 추어탕 집을 찾는다. 서울에서 먹어 본 추어탕은 입에 맞지 않았다. 아마도 삶은 미꾸라지를 뼈가 있는 그대로 믹스기에 갈아서 끓인 것 같았다. 죽같이 걸쭉하여 칼슘이 많은 추어탕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았다. 미꾸라지를 푹 고아서 하얀 뼈만 남도록 채에 걸러 끓인 맑은 국물이 제 맛이다. 남원에서 추어탕 집을 찾았는데 이색적이었다. 두부 속에 미꾸라지가 들어있었다. 처음 먹으면서 신기하여 식당주인에게 물어보았다. 고추장을 얼큰하게 풀고 된장을 풀어 장국을 끓이다가 산 미꾸라지와 두부를 통으로 넣고 끓인다고 했다. 미꾸라지가 뜨거움을 피해 두부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두부 단면에 미꾸라지가 아롱져 있어 별미이고 먹을 때 씹히는 감촉도 새로웠다.

  가을이 오면 알이 찬 누런 미꾸라지를 많이 산다. 미꾸라지는 배를 덥히고 원기를 돋운다며 자주 끓여주시던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이 떠올라서이다. 추어탕을 끓이면서 실수 한 일을 잊을 수가 없다. 불에 달구어진 솥에 참기름을 두르고 퍼덕이는 미꾸라지를 넣었다. 튀어나올까 싶어 노심초사하면서 요령껏 넣고 솥뚜껑을 빨리 닫았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그만 몇 마리가 밖으로 튀어나와 미꾸라지를 손으로 잡으면서 진땀을 흘렸다. 미꾸라지는 소금을 뿌려 숨이 죽으면 빡빡 문질러 미끄러운 진을 뺀 후 깨끗이 씻어 솥에 넣어야 되는 데 경험을 하고서야 알았다. 미꾸라지를 푹 고아서 소쿠리에 건져 나무주걱으로 살살 밀어서체에 바치면 살이 다 빠지고 하얀 뼈만 조금 남는다. 그 국물에 고추장과 된장으로 간을 맞추고 고사리, 시래기, 배추, 파, 호박잎, 애호박을 넣어 끓인다. 먹을 때 다진 마늘과 땡초 다진 것을 듬뿍 넣고 산초가루를 넣어 먹으면 맛은 일품이다.

  식습관이란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로 경상도 지방의 입맛에 길들여져 있어 맑은 추어탕이 제 맛이다. 한여름 밤에 이열치열로 즐겨 먹는 추어탕은 어머니의 추억어린 손맛이다

 

                                중구문학 제5집 공통글감(맛)

 

                                         2017.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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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향 , 2017-10-27 , 조회 560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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