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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감의 맛

  작은 성취감에 곧 잘 감동한다. 감동을 받을 때에 엔도르핀의 사천 배인 다이돌핀이 생긴다고 하니 몸에 면역이 생겨 질병예방도 되고 병에 걸리더라도 회복이 빠를 것 같다. 다람쥐 쳇바퀴들 듯 한 집안일이지만 일을 끝낸 순간은 흐뭇하다. 흰 행주가 잿빛이 되어 생기를 잃었기에 푹푹 삶아서 햇볕 쨍쨍한 옥상에서 왼 종일 말렸다. 저녁노을을 보며 행주를 걷어올 때의 뽀얗고 보송보송한 느낌은 산뜻한 작은 감동이다. 맡겨진 일은 필히 끝을 내는 기질 때문에 보잘 것 없는 일의 끝에도 감동과 성취감이 늘 따라다녔다.

  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이태영 소장님은 나의 롤모델(Role-model) 이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서 사회에 봉사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 닮고 싶었다. 만나면 그 자태에 늘 감동한다. 우연이긴 하지만 내가 법학사가 되고 그 분의 지부를 설립하게 된 것도 멀리서 바라보며 닮고 싶었던 덕분이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열정도 본받으려 했던 것이다.

  “소망이 깊으면 이루어지고 기도가 간절하면 하늘에 닿는다”는 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살아왔다.

  어느 날. 40년 전의 아가씨는 시어머니가 되어 찾아왔다. 나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남편이 경영하는 성남외과의원에 간호사로 근무했던 여인이다. 성실하게 근무하던 그녀가 퇴직을 하고 서울에 공부하러 간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사십대 초반의 나이로 남편 일을 도우며 앞만 보고 살았다. 그녀가 나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 리가 없었다. “사모님처럼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서울로 갔다는 것이다. 나를 곁에서 보고 느낀 점을 구구절절 펼쳐놓아 가슴이 멍해졌다. 듣고 있을수록 나의 젊은 시절이 회상되고 잘 해주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이 가슴 저렸다.

  그녀는 서울에서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고 계속 공부하여 사회복지사가 되었고 모 보건소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을 했다며 한 가지씩 일을 이룰 때마다 성취감으로 행복했다고 한다. 내가 그 성취감의 매력과 맛을 알듯 그녀도 공감하고 있었나 싶었다. 그녀는 또 정년퇴직을 하고 그냥 놀 수가 없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남은 인생도 공부하며 살겠다는 각오를 들으면서 격려와 칭찬을 쏟아 부었다.

  직장인으로서 성취감을 느낀다면 직업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자신의 전공과목이 평생 직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가장 행복한 일이라 했다. 나는 상담을 하면서도 많은 성취감을 느낀다. 내담자가 장기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깨닫고 삶의 방식을 바꿈으로써 건강한 가정으로 회복될 땐 보람도 느끼고 피로를 잊는다.

  작은 성취감이 점점 큰 성취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틀림없다. 남들은 너무도 미미하고 하잘 것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해냈다는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것이 곧 성취감이 아닐까싶다. 숨이 멎을 듯 한 산고(産苦)를 겪고 아기의 첫울음을 듣는 순간 해냈다는 출산의 성취감은 감동의 눈물이 되어 주르르 흐르는 것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다를 것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실패의 쓴 잔도 마시고 진퇴양난의 고통을 극복하고 이뤄냈다면 아픈 만큼 성숙하듯 성취감도 크게 느껴질 것이다. 내가 성취감을 느꼈던 것은 각종 시험을 친 후 합격의 소식이다. 입학시험은 물론 다양한 자격증 획득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기에 자부심도 따른다. 울산YWCA의 창설과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울산지부 창설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보람이고 성취감은 또 다른 에너지로 되살아난다.

  일생을 살면서 누구나 작든 크든 꿈과 비전을 갖고 부단히 노력하면 결실을 맺을 것이며 성취감과 행복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일에서 성취감을 맛보게 되면 점점 흥미를 느끼게 되고 더 큰일을 이루어 내는 에너지가 되리라.

 

                                              울산중구문학회 제5집

                                                     2017. 10. 27.

 

 



성주향 , 2017-10-27 , 조회 2024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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